1994년 / 미국
감독/각본 : 쿠엔틴 타란티노
주연 : 존 트라볼타, 사무엘 L.잭슨, 브루스 윌리스, 우마 서먼, 하비 카이텔, 팀 로스
제작비 : 800만 달러
월드 박스오피스 : 213,928,762 달러
타란티노의 촬영장엔 한 가지 룰이 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한 개의 컷을 실제로는 많은 횟수로 찍는다. 이것을 흔히 <테이크>라고 부르는데 같은 컷을 반복해 촬영하며 감독은 그중에 가장 맘에 드는 컷을 편집 과정에서 선택해 집어넣는다. 집요한 감독들은 한 컷을 위해 수 십 번의 테이크를 가기도 한다. 하지만 스텝들은 "똑같은데 왜 자꾸 찍는 거야?" 라며 짜증을 내지만 감독은 배우의 미묘한 대사 차이와 타이밍, 배우의 표정등을 고려한 가장 원하는 샷을 찾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 타란티노 현장에선 스텝들은 특이한 감독의 <행동강령>에 따라야만 했는데 다시 컷을 반복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타란티노는 다정한 말투로 지친 스텝들을 향해 이렇게 선창 한다.
타란티노 : "좋았는데 한 번 더 갑시다!" "왜냐면~"
스텝들 : "우린 영화 만드는 걸 사랑하니까!"
줄거리
보스의 물건을 빼돌린 놈을 손봐주러 간 건달들.
보스에게 경기 조작을 사주받은 퇴물 복싱 선수.
보스의 애인과 사고를 친 부하의 난잡한 스토리가 뒤엉킨다.
영화를 미칠 듯이 사랑한 비디오 가게 점원....... 영화감독이 되다.
비디오 가게의 점원이자 일본, 홍콩 영화의 마니아였던 B급 영화광 타란티노.<B급>이라 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그건 대중적이지 않지만 오타쿠 같은 자신의 취향을 내세워 독창적인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고 직접 쓴 그의 시나리오로 홍콩 영화의 오마주 격인 저예산 <저수지의 개들>로 성공적인 데뷔를 이룬다. 이에 감독은 자신에 장기를 끌어낼 다음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고 그 작품은 싸구려 잡지 구석에 연재되는 저급한 소설을 뜻하는 <펄프 픽션>이었다.
범죄, 블랙 코미디물의 형식. 파괴된 플롯.
앞 뒤가 뒤섞인 옴니버스 구성을 따르고 있다. 타란티노의 아이디어는 어느 책장에 꽂힌 낡은 잡지 속 연재되는 싸구려 소설을 순서 없이 읽게 되는 경험을 영화로 표현하려 했다. 흔히들 아는 법칙인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는 구성이었다. 왜 그런 방식을 택했는가에 대한 답은 오히려 간단했다. 감독은 오히려 관객들이 <왜 그래야만 하지?>라는 의문을 깨닫길 원한 것이다. 감독은 색다른 구성이 새로운 영화의 경험이라 여겼고 기존의 법칙이 익숙한 관객들에게 자신만의 자유로운 표현방식을 선보이려 한 것이다.
난잡한 구성 속 유니크한 감독의 취향이 돋보인 영화.
이야기는 단순하다. 반전이나 조직의 배신과 복수도 아닌 비열한 인간들의 생존과 폭력, 그들의 저급한 농담을 다룰 뿐이다. 하지만 감독의 독특한 취향이 반영된 캐릭터들과 끊이지 않는 입담은 기존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설정이었다. 거기다 자신이 좋아하는 올드팝과 B급 영화의 오마주, 잔인한 폭력성등과 버무려진 서사구조의 파괴에 세상은 열광했고 그 작품은 1994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칸에서도 낯선 영화의 수상에 불만이 많았고 시상식에 있던 관객은 수상을 조롱하 듯 소릴 질렀다. 하지만 역시 남달랐던 타란티노는 항의하던 관객에 가운뎃손가락을 보이며 맞대응했다고 한다.
영화에 법칙이 어딨어. 내 생각이 곧 법이야.
타란티노는 지금도 자신이 봐온 모든 영화의 제목과 감독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 유명 작품이 아닌 자신이 점원으로 일하던 비디오 가게 구석에 처박힌 B급 영화들까지 모두 말이다. 그리고 그는 분명 영화 자체를 맹렬히 사랑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펄프 픽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을 것이다. 성경을 읊조리던 검은 정장의 사무엘 잭슨, 역사에 남을 트라볼타와 서먼의 댄스 장면등...... 거꾸로 생각해 보면 기억에 남는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그만의 독특한 생각을 세상에 각인시킨 천재 감독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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