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잡설

<화면의 무게보다 가벼웠던 깊이감> 넷플릭스 1위 영화 하얼빈 리뷰

무비잡설 2025. 5. 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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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작 / 한국 / 드라마, 액션, 첩보
감독 : 우민호
각본 : 김경찬, 우민호
각색 : 이기철
주연 :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이동욱
촬영 : 홍경표
제작비 : 300억
한국 관객 수 : 490만

 
 
 

단 하나의 목표, 붉은 늑대를 처단하라

 
 

안중근 의사에 하얼빈 의거를 다룬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영화. 제49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분 공식 초청작이다.

 
 

 
 

줄거리 

 
1908년 함경북도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지만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군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선 안중근에 대한 불신이 생겨난다. 1년 뒤 블라디보스토크에 안중근과 일행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이게 되고 하얼빈으로 온다던 이토 히로부미의 제거를 계획하지만 내부에서 새어 나간 정보로 인해 일본군의 추격을 받기 시작한다.
 
 

 
 

<내부자들> 감독만의 시선과 공을 들인 미장센의 가치

 
영화의 기법 중에 미장센과 몽타주가 있다. 미장센은 하나의 앵글에 보이는 모든 구도와 조명, 미술, 소품, 배우의 연기와 동선까지 철저히 계산되어 한 프레임 안에 모든 것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반대로 몽타주는 각각의 사이즈가 다른 컷들을 연속으로 배치해 그것이 가진 의미를 증폭시키는 방법이다. 결국 미장센은 영화 속 하나의 앵글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하는 방법이다. 이 영화는 미장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 작품이었다. 분명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Look을 가지고 있었고 짙은 암부(그림자)와 밝은 빛의 대비를 중심으로 고정된 넓은 사이즈의 앵글 속 배우의 연기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냈다. 
 
 

 
 

상당히 정적이고 또 정적이다

 
우리가 모두 아는 안중근이란 인물과 그 역사적 사건을 우민호 감독 특유의 작가주의 시선으로 풀어갔다. 물론 암살을 앞둔 독립군이란 설정은 충분히 <상업적인 요소>였고 이것을 재미로 풀어갈 수 있었겠지만 정반대로 감독은 그 사건에 얽힌 인물 간의 분열과 고뇌에 좀 더 집중한 자신만의 연출을 보여줬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내내 그들의 대화에 집중한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이는 재미를 찾아온 관객에겐 조금은 지루한 전개라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그 무거운 화면의 미장센과 분위기는 상당한 공을 들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중심인 안중근의 부재

 
분명 이 영화는 안중근과 동료 간의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나라를 되찾으려는 자들의 비밀활동과 고뇌. 그리고 내부자의 누설로 인한 첩보적인 요소들까지, 모두 안중근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이 이 무거운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인간 안중근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조연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의 연기 톤도 감독의 의도대로 1900년대의 어투에 맞춘 듯 조금은 낯설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사건의 중심인 인간 안중근의 더 많은 고뇌와 선택. 때론 나약하고 분노하는 다양한 시각의 묘사가 이뤄졌으면 좀 더 풍부한 캐릭터를 가진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나친 무게감은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영화 내내 정적인 넓은 사이즈의 앵글이 나오고 그 안에 인물들의 대사가 컷 전환 없이 하나의 샷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모두 미장센을 위한 감독의 의도라 느껴졌지만 글쎄...... 그러한 하나의 앵글로 영화의 맥을 끌고 가려면 그만큼의 수많은 계산과 연기의 디테일이 곳곳에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영화는 넓은 사이즈의 앵글은 어딘가 디테일을 잊은 듯한 애매한 구성이라 느껴졌고 정적인 영화 전개에서 있어서도 더욱 무게감만 가해져 답답함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감독의 작가주의와 수준 높은 비주얼만큼은 뛰어났다

 
안중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바로 직전 <영웅>에도 있었다. 물론 뮤지컬 버전의 영화화였지만 가뜩이나 이전 작품의 불만이 많았던 관객들에게 똑같은 소재의 이야기를 다시 풀어야 한다는 강박이 많았을 것이다. 초기 영화 기획 시 대부분 감독의 주장이 7~8이고 나머진 제작비를 투자하는 투자사의 결정이 작용하게 되어있다. 대게는 그 과정에서 감독의 의도와 일치하지 않는 투자사의 의견은 그들과 타협함으로써 감독의 스타일을 양보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영화 하얼빈에서 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뚝심 있는 감독의 해석이 녹아든 안중근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여담

 
주인공 현빈보단 조연들의 연기가 더 인상 깊었다. 그중에서도 이토 히로부미 역을 맡은 <릴리 프랭키>와 대한의군 총장 최재형 역을 맡은 배우 <유재명>의 연기가 매우 안정적이었고 캐릭터의 분위기와도 맞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촬영은 나름 영화 업계에 유명한 홍경표 촬영감독이다. 비유하자면 영화판의 메시나 호날두 급의 촬영감독이신데 이번 영화를 통해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한 특유의 암부를 잘 살린 묵직한 톤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이후에 나올 한국 영화에서도 이러한 톤이 유행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왼쪽은 하얼빈 오른쪽은 2021년작 &amp;amp;lt;007 노 타임 투 다이&amp;amp;gt;의 초반 호수씬....... 뭔가 비슷한 느낌이다

 
 

상업적인 재미보단 감독의 작가주의가 뛰어났던 영화. 이전 영화  <영웅>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관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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