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동아리방에 걸려있던 이 영화의 포스터가 생각난다. 펄프픽션 때도 그랬지만 타란티노 특유의 감성이 묻어난 포스터는 어딘가 올드하지만 멋스럽고 감각적이었다. 그 방에서 꿈 많던 영화 학도들은 매일 모여 영화에 대해 떠들어댔고 이야긴 항상 쉽게 끝나지 않았다. 결국 누구의 말이 옳았을까? 애초에 옳은 말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시답지 않은 영화에 관한 잡설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마치 이 영화 오프닝 속 사내들처럼 말이다.
1992년작 / 미국 / 범죄
감독 / 각본 : 쿠엔틴 타란티노
주연 : 하이 카이텔, 마이클 매드슨, 팀 로스, 스티브 부세미, 크리스 펜, 쿠엔틴 타란티노
제작비 : 120만 달러
월드 박스오피스 292만 달러
줄거리
보석상을 털기 위해 서로를 모르는 여섯 명의 갱단이 한 곳에 모인다.
하지만 함정수사로 계획이 실패하자 배신자를 찾기 위해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눈다.
세련됨은 떨어지지만 어딘가 신선한 느낌
비디오 가게 점원이었던 영화광 타란티노의 데뷔작. 익숙한 전개나 서사 따윈 배제하고 음담패설과 폭력으로 도배된 그만의 장기가 백분 발휘된 영화이다. 기획단계에선 타란티노는 고작 3천만 원 정도의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다 단언했지만 최종엔 이름 있는 배우들의 합류로 인해 16억의 예산으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미국 영화계의 예산 16억은 매우 빠듯했다. 그래서인지 시그니처인 검은 정장 역시 의상을 준비할 예산이 없어서 배우들에게 개인이 가진 검은 정장을 입고 와달랬다고 한다.
영화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특별한 서사나 소재를 채용한 것도 아니고 단순한 범죄물에 지나지 않지만 이 뻔한 스토리는 영화 중독자인 감독을 통해 기존의 연출 방법을 뒤엎고 그만의 독특하고 스타일리시한 범죄물을 완성해 냈다. 홍콩 임영동 감독의 1987년작 <용호풍운>의 콘셉트를 할리우드로 옮긴 그만의 B급 감성에 미국식 올드팝과 음담패설을 버무리고 폭력과 욕설을 첨가해 당시에 할리우드에선 보지 못했던 유니크한 범죄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저예산으로 부족했던 여건 속에 장면을 대사로 처리하는 등의 저예산식 연출법은 장면의 부족함을 뛰어넘었고 시간을 쪼개는 그만의 새로운 전개는 독창적인 장르를 만들어 냈다.
영화 통틀어 272번 남발된 법규 <Fxxx yxx!>
특히 감독만의 쉴 틈 없는 대사는 또 하나의 묘미이다. 타란티노는 대사의 완성을 리듬에 두고 있다고 한다. 시나리오적 문체를 따르기보다 캐릭터의 자연스러움과 상대역과의 주고받는 리듬을 중시한다고 한다. 단! 그 대사의 주제나 흐름이 너무나 개인의 취향에 올인해서인지 항상 욕설과 음담패설인 건 함정.
비디오가게에서 배운 영화 문법으로 새로운 장르를 만들다.
정통적인 영화 전공자가 아니었던 신인 감독의 데뷔작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만의 독특한 연출법은 그의 다음 작품인 <펄프픽션> 통해서 보다 견고해지고 명확해졌다. 대학시절엔 이 영화 포스터를 보며 선배들이 그저 멋스럽다고 걸어놓은 액자로만 여겼지만 지금의 생각은 다르다. 기존의 영화 문법에서 벗어난 타란티노의 과감한 접근과 새로운 시각. 선배들 역시 영화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그만의 당찬 도전 정신을 잊지 말잔 취지였을 것이다.
타란티노의 팬이고 저예산 영화의 독창성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추!
기존의 익숙한 영화 흐름이 좋고 너무 폭력적인 영화는 싫다. 비추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에 대한 리뷰는 아래 링크를.......
2025.04.10 - [리뷰잡설] - 무비잡설 <뒤엉키고 자유롭다> 영화 펄프 픽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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